2024년 5월 13일(월)

스타 끝장 인터뷰

[인터뷰] 지진희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 힘이 된다"

강선애 기자 작성 2014.03.12 11:31 조회 5,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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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희

[SBS연예뉴스 | 강선애 기자] 배우 지진희와 마주 앉자마자 야구이야기가 시작됐다. 기자의 휴대폰 케이스에 새겨진 프로야구 한 구단의 로고를 본 그는 “야구 좋아하시나 봐요?”라며 자연스럽게 야구이야기를 꺼냈다. 그렇게 한참동안 야구이야기가 이어졌다. 연예인 야구단 '플레이보이즈'의 멤버인 그는 정규구장에서 홈런을 쳤던 일화, 일본 도쿄돔에서 OB팀과 시합했던 기억, 어깨 연골이 찢어져 포지션을 바꿔야했던 경험 등을 신나게 말했다.

지진희는 유쾌한 남자다. 야구를 좋아하고, 차를 직접 우려내 마실 줄 알고, 여자들과 수다를 떠는 게 어색하지 않은 그런 40대 '꽃중년'이다. 이런 그가 최근 종영한 SBS 드라마 '따뜻한 말 한마디'(극본 하명희 연출 최영훈/이하 따말)에선 '불륜남'을 연기했다.

지진희가 맡은 '따말' 속 유재학 캐릭터는 그저 그런 흔해빠진 불륜남이 아니었다. 지적이고 책임감 강하고 반듯한 남자가 저지르는 '중후한' 불륜이었다. 그래서 더 신기했다. 그런 남자가 불륜을 저지른다는 게, 그 것도 육체적 관계가 뒷받침되지 않은 불륜이라는 게, 또 그걸 연기하는 배우가 '깨방정'이 더 잘 어울리는 유쾌한 지진희라는 게 모두 새로웠다.

지진희

▲ 유재학, 욕 먹을 줄 알았다

'따말'에서 지진희는 드러내놓고 감정을 폭발시킨 적이 없다. 유재학이 그런 캐릭터였다. 평정심을 유지하며 웬만한 사건에는 쉽게 동요하지 않는 인물이었다. 찡그린 눈썹과 짙어진 눈빛으로 감정을 표현할 뿐이었다. 지진희는 이런 유재학의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연기하는 게 좋았다고 한다.

“모든 감정이 똑같진 않다. 드러내는 감정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도 있다. 난 드러내지 않는 감정을 좋아한다. 어떻게 하면 다른 감정을 나타낼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많이 했다. 그 것의 답은 결국, 재학을 이해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재학이 어떤 인물인가에 대해 많이 고민했다.”

지진희는 재학을 완벽히 이해했다. 재학이 왜 그런 인격을 갖추게 된 건지,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 지, 상황을 보는 관점이 어떨 지 등을 마치 실제 인물이 존재하는 듯 파악하고 있었다. 지진희가 캐릭터 분석에 얼마나 공을 들였을 지가 그의 말 속에서 묻어났다.

“재학은 아무 근심걱정 없이 좋은 부모 밑에서 잘 자랐다. 이런 애가 생각할 수 있는 건, 자신의 가정을 사랑하고, 지켜야하고, 회사도 잘 이끌어야 한다는 책임감이다. 취미도 레고조립이나 클라이밍 같은 혼자 하는 것들이다. 이는 고민이 생겨도 혼자 삭히고 괴로워하지, 절대 남에게 내색하지 않는 배려를 나타낸다. 재학인 너무나도 완벽하고 멋진 남자다. 불륜이라는 큰 실수가 재학에게는 굉장히 고통스러운 일이었을 거다. 그럼에도 재학은 가정을 지키기 위해, 나름의 선을 지키며 재학스럽게 사건을 해결하려 했다.”

재학의 당당한 성격은 “불륜을 저질러놓고 너무 뻔뻔하다”는 소리를 듣기도 했다. 지진희는 이에 대해 “충분히 그럴 수 있다. 예상했던 부분”이라 말했다. 그리고 왜 재학이 그럴 수 밖에 없었는지를, 재학에 빙의돼 말하기 시작했다.

“그게 재학의 캐릭터다. 재학은 은진(한혜진 분)을 향한 평생 처음 느껴보는 감정에 자꾸 마음이 가도, 스스로 가정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선을 지켰다. 그게 은진과 호텔에 갔지만 같이 안 잔 것이다. 그래서 아내 미경(김지수 분)에게 들통나서도 재학은 나름 지킨 게 있으니 비굴하게 변명하지 않을 수 있었다. 근데 재학이 느끼기에, 미경이 흥신소를 이용한 것은 부부간에 지켜야 할 선을 넘은 부분이다. '바람은 내가 잘못한 거 인정, 하지만 흥신소는 다른 문제'라는 게 재학의 생각이다. 부부로서 최소한 지켜야할 신뢰를 깨버렸다는 점에서, 재학이 미경에게 화를 내고 당당할 수 있었던 거다.”

지진희

▲ 유재학, 나와 비슷한 부분 많다

그렇다면 실제 지진희 본인은 어떤 남편상이냐고 물었다. 그러자 지진희는 엉뚱하게 '남녀평등'에 대해 이야기를 꺼냈다.

“재학이는 남녀평등을 생각하는 사람이다. 나도 그 부분에 대해 많이 고민한다. 요즘은 오히려 남성이 피해를 보는 부분이 많은 것 같다. 남녀가 같이 하는 결혼인데, 결혼기념일에 왜 남편만 아내 선물을 챙겨줘야 하는가. 연애할 때도 마찬가지다. 요즘엔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남자가 비용을 부담하는 경우가 많다. 그런 건 남녀평등이 아니다.”

지진희가 남녀평등을 언급한 이유는, 자신의 실제 결혼생활의 기본이 그 것이기 때문이었다. 사회는 남녀평등을 외치지만 대부분 연인, 부부 사이에서 남녀평등은 존재하지 않다고 여기는 지진희. 그가 어떤 남편인지, 어떻게 결혼생활을 하고 있는지 설명하기 위해서는 남녀평등의 개념이 중요했다.

“결혼기념일에 우리 부부는 어느 한 쪽만 결혼선물을 하지 않는다. '너만 결혼했니? 나도 결혼했다. 우리 같이 하자'는 주의다. 아이를 양육하는 데 필요한 일들도 둘이 같이 한다. 우린 부부다. 뭐든지 같이 해야 한다. 그 부분은 내 아내도 공감하는 바다. 만약 남자가 돈을 벌고 여자가 집안일을 한다면, 남자가 버는 돈을 반반씩 나누는 게 맞다. 아내에게 조금의 생활비만 넘겨주고 그것만 쓰라고 하면 안 된다. 남자가 자신을 위해 쓰는 만큼 여자도 써야한다. 그게 진짜 평등이다. 남녀는 수평적인 관계다.”

지진희가 말하는 남녀평등과 부부관계, 알쏭달쏭 했지만 고개가 끄덕여졌다. 나아가 지진희는 재학과 자신이 비슷한 부분이 많다고 했다.

“재학은 자신이 미경에 대해 몰랐던 부분이 있었다는 것을 인정하고 기회를 달라 한다. 그래서 이혼을 보류하고 1년 동안 연애를 하자고 제안한 것이다. 이건 재학만이 낼 수 있는 해결방식이다. 다행히 미경도 자신이 재학을 선택한 게 힘든 과거를 탈피하려는 수단이었다는 걸 냉정하게 깨닫고, 재학의 제안에 동참한다. 둘은 스스로의 부족함을 알고, 완전한 자기 자신으로 돌아가 다시 시작한다. 아름다운 결말이었다. 그런 부분에 대해선, 재학과 내가 비슷한 부분이 많다.”

지진희

▲ '따말', 다시 한 번 가정을 생각하는 계기됐다

'따말'은 결혼한 부부에게, 이혼한 돌싱에게, 사랑을 시작하는 연인에게, 결혼할 자식이 있는 부모에게 많은 생각을 안긴 드라마다. 각기 다른 여러 커플들의 상황을 현실적으로 그려내며, 사랑과 이별, 결혼과 이혼에 대해 시청자 스스로가 많이 느끼게 했다. 이는 드라마 속에 녹아들었던 지진희도 마찬가지다.

“나도 '따말'을 하면서 다시 한 번 내 가정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내가 소홀한 부분이 있지는 않나, 내가 맞다고 내 의견만 내세운 건 없나 많이 생각해봤다. 그래서 더 단단한 가정을 만드는 계기가 됐다. '따말'을 본 많은 사람이 그랬을 거다.”

이 드라마의 또 다른 좋은 점, 따뜻한 말 한마디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새삼 깨닫게 했다는 것이다. 누구나 알고는 있지만 실천하는 일이 생각보다 많지 않은, 따뜻한 말 건네기. 지진희는 아내로부터 들은 따뜻한 말 한마디를 소개했다.

“이번 작품을 하며 아내가 좋은 얘기를 많이 해줬다. 기존에 보지 못했던, 내 멋있는 모습이 잘 나온 거 같다고 하더라. 캐릭터는 나쁜 놈이었지만, 그렇게 나쁘게는 보이지 않았다고, 내 매력이 잘 살아났다고 조언해줬다. 원래 아내가 모니터를 하면 적나라하게 평가해주는데, 이번엔 좋은 점이 더 많았나보다. 그런 아내의 따뜻한 말 한마디에 자심감도 생기고 큰 힘이 됐다.”

지진희

▲ 날 잘 알아야 남을 사랑할 수 있다

지진희는 최근 몇 년간 작품을 꾸준히 해왔다. '따말'을 이제 막 마친 그는 이제 찍어놓은 영화 개봉에 움직여야 한다. 한중합작영화 '길 위에서'와 홍콩 느와르 영화 '적도(헬리오스)'가 개봉을 앞두고 있다. 현재 출연얘기가 오가는 한국 영화도 있다. 결정되면 올 해 안에 찍고 개봉할 수도 있다. 지진희는 “쉬고 싶은 마음도 있지만, 할 수 있을 때 열심히, 즐겁게 하고 싶다”며 쉼 없는 작품 활동의 이유를 밝혔다.

“대중에게 기존에 보여주지 못했던 모습, 또 다른 멋진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 이번 드라마를 찍으면서 느낀 게, 역시 가장 중요한건 나라는 것이다. 이기적이라고 얘기할 수도 있다. 하지만 날 잘 알고 사랑해야지만, 다른 사람도 사랑할 수 있다. 날 숨기고 나만 맞다고 생각하는 순간, 시야는 굉장히 좁아진다. 더 많은 것들을 포용하기 위해, 날 아는게 중요하다. 시청자들이 꼭 한 번, 자기 자신을 뒤돌아보는 시간을 진지하고 깊게 가져봤으면 좋겠다.”

[사진=김현철 기자 khc21@sbs.co.kr]

강선애 기자 sakang@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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